[가볼만한 곳]가장 공주적인 것이 가장 빠른 것이다_역사 현장 답사

2021-12-06


흔히 충청도는 '느리다'로 인식된다. 

기억나는 유머 코드도 "아버지~~~~, 돌~~~~ 굴러~~가유~~~~~." 하고 말 하는 사이에 이미 돌에 치었다는 웃픈 이야기. 

 필자 역시 충청도를 고향으로 두었으나 말이 느리다거나 행동이 굼뜨다는 생각은 좀처럼 못하고 살았다. 뭐가 느리다는 건지 오히려 이해하기 힘든 순간도 많았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유머코드가 생겨난 이유에 단서를 찾은 건 공주 살이를 시작하고 나서다. 공주는 백제 수도, 웅진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심 확장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많은 역사 유물과 유적을 품을 수 있었고, 건물을 새로 짓거나 개발을 하기 전에 반드시 발굴작업을 해야 하는 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들이 더해져서 공주는 유난히 개발이나 발전에서 느린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 체감한 공주는 달랐다. 철거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린 건물마다 어느새 가림막이 설치되고, 3층 건물조차 일주일이면 흔적 없이 터만 남기고 사라지게 만들만큼 처리가 빨랐다. 


 "부수고 치우는 건 정말 빠른 공주"라는 씁쓸한 말이 역설적인 유머로 떠돌 정도.


철거되는 중앙분식_50년만의 풍경 변화

철거되는 중앙분식_50년만의 풍경 변화



공주는 그 역사적 배경에 비해 오래된 건축물이 적다. 적음을 넘어 거의 없을 정도. 

좁은 지역에 새로운 시설, 건물, 용도를 갖춘 공간을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공간들, 이야기들은 공주 역사의 단편들에 관한 것이다. 


가장 공주다운 것이 가장 빠른 것, 최초였던 이야기를 포함해서, 잠시 100년 정도의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공주중앙분식 #중앙분식

공주시 2020년 3월의 인물 사애리시



공주시는 매달 이달의 인물을 선정해 그의 공적과 활동을 기리고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0년 3월의 인물은 유관순 열사와도 관계가 깊은 선교사 사애리시. 

 사애리시 선교사는 영명학교를 세우고, 유관순 열사 등을 유학시키는 등 근대 교육의 기반을 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동상(3. 1 중앙공원, 영명학교)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동상(3. 1 중앙공원, 영명학교)

큰 길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동상과 역사 공간이지만 조금 높은 곳으로 향하다보면 제법 눈에 띈다. 3. 1 중앙공원에 있는 유관순 동상 뒤편에 사애리시 생애가 새겨져있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명 고등학교에서 공주 도서관 방향으로 난 길 가에는 사애리시 선교사와 어린 유관순 열사의 동상도 찾아볼 수 있다.


#영명고등학교 #사애리시 #유관순 

영명고등학교 건물 벽면에 설치된 벽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영명고등학교 건물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벽화다. 유관순 열사가 입학한 게 1914년, 이 벽화 속 인물들은 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선교사 가옥의 입구와 지금 모습



영명학교 오른쪽으로 삐쭉 튀어나온 붉은 벽돌 양옥집이 있다. 바로 사애리시 선교사 부부가 살았다는 선교사 가옥이다. 지금은 사유지다. 입구에 작은 푯말이 붙어있긴 하지만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찾기 힘든 현실.


중학동 선교사 가옥은 공주 최초의 양식 가옥이라고도 한다.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비교적 보존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구조, 벽면, 주변도 거의 변화 없이 보존된 듯 보인다. 

 

#공주선교사 #선교사가옥

사애리시 선교사 부부와 유관순 동상



선교사 가옥을 마주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걸어들어가면 지난 해(2019년) 3. 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한 동상이 있다. 이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공주시 원도심의 모습은 언제나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한데, 그들의 살던 그 시대에는 어땠을지, 잠시 묵념하듯 그려본다.


선교사 가옥에서 내려다 보는 공주원도심 모습



원래는 작은 분수의 물받이였거나, 약수를 받았을 돌 조각에 지금은 이끼낀 물만 한 가득 고여있다. 유난히 파랗던 봄 하늘 빛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얼기설기 뻗은 나무는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공주의 시간은 공주만의 속도로 흐른다. 느린듯 느린듯, 빠르고, 빠르게 그렇게 흘러간다.


따스한 봄날, 그들이 걷고, 뛰며, 숨쉬던 그 자리를 천천히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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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own Stay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건물에서 하루를 지내고, 이름난 맛집보다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동네 식당과 가게를 찾는 여행이다. 지역 예술가, 작가, 교류할 수 있는 공방과 갤러리, 동네책방에서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 친구가 된다. 마을을 관광지로서 소비하기보다는 주민 생활공간에 머물면서 지역과 교류하고 마을의 일상을 여행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마을스테이라 부른다.

Location

마을스테이 컨시어지 / 공주시 감영길 3
봉황재 한옥 / 공주시 큰샘3길 8
업스테어스 코워킹스페이스 / 공주시 감영길 9, 2층


Reservation

Tel 041-960-5525